![]() 내가 미술에, 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사진에 있다. 미술사에서 불멸의 목표 중 하나였던 완벽한 재현을 해내기 위해 탄생한 사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미술에 대해 알아야 했다. 사실 꼭 사진이 아니더라도 미술을 좋아하긴 했지만(그리기 말고). 교양으로 들었던 서양미술사, 책 '교양' 그리고 미학 오디세이로 이어지는 미술과의 만남은 항상 즐겁고 재미있었다. 한손에는 칼을 다른 한손에는 십자가가 세겨진 방패를, 혹은 한손에는 카타르(칼)을 다른 손에는 코란을 든 전사처럼, 내 한손에는 사진책이 들려 있고 다른 한손에는 미술책이 들려 있다. 한쪽은 순수한 목적을 위해, 다른 한쪽은 내가 방향을 잃었을 때 나에게 해답을 준 것이다. 이 책에서 읽었던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러시아 회화에서 나오는 '역원근법'에 대한 것이었다. ![]() 평행사변형 테이블을 그린 것이 아니라, 직사각형 테이블을 그린 그림이다. 역원근법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기존 서양의 회화에서 쓰는 원근법과는 다르게 가까운 곳은 짧게 먼곳은 길게 그리는 것이 이 원근법의 특징이다. 역원근법이 무엇인지 안다고 해서 역원근법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왜 러시아 사람들은 저렇게 괴상해 보이는 원근법을 쓰게 된 것일까? 그것에 대한 해답이 바로 이 책에 상세히 써있었다. 앞서 사진과 미술은 땔래야 땔 수 없다는 말을 했었다. 사실 내가 역원근법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이 책에서가 아니라 어떤 작가의 사진을 통해서 였다. 그 작가는 책장과 테이블 같은 것을 찍은 후 포토샵을 통해 역원근법적인 사진으로 변모시켰다. 그렇게 변화된 사진은 우리가 평소에 흔히 볼 수 있는 책장과 테이블을 새롭게 만들었다. 재현이 아닌 재인식, 이것이 바로 현대사진이 추구하는 것이고 러시아 회화에서 쓰던 역원근법을 도입해 그는 사진을 통한 재인식을 이루어냈다. 책을 완독했다고 해서 책에 있는 모든 내용이 들어오진 않는다. 수학의 정석을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책에 나온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없는 것처럼, 책을 읽을 때도 꾸준함과 반복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비슷한 내용 혹은 연관된 내용의 책을 꾸준하게 읽어야 한다. 그렇게 꾸준히 읽다보면 어느 순간 이해의 체계가 잡히는 시기가 오게 될 것이다. 그 순간보다 자기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어디에 있을까? |
글검색결과 [사진] : 19 개
- 2010/05/11 서양미술사 1
- 2010/05/02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2010/03/25 방황
- 2010/03/10 눈비 - 슬러쉬
- 2010/03/04 사진가는 가고 사진기만 남았다
- 2010/03/01 Fallin
- 2009/12/05 무제
- 2009/11/18 햄버거 (2)
- 2009/09/27 별 헤는 밤 (1)
- 2009/09/04 재활용
그 섬에 내가 있었네
Element | 2010/05/02 17:47
![]() 고 김영갑 선생님의 사진 미술사에 고흐가 있었다면, 한국 사진사에는 김영갑이 있다. 고흐처럼 평생 그림 한점 밖에 못판것은 아니지만 그도 고흐처럼 가난했고 외로웠다. 말년이 되서 그의 사진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진집을 내게 되었지만, 하늘은 그가 고흐처럼 되길 바랬다. 사진집이라고 생각하고 빌린 책이지만 읽다보니 사진집보다는 수필, 회고록에 가깝다고 말해야 할것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제주도로 이사와 20년 넘게, 죽을 때까지 제주도에서 산 그의 글은 어떤 특정 시점이 아닌 그가 제주도에서 산 20년 중에 어느 날에 쓴 글을 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도 이 글을 쓴 시점이 어느 때인지 몰라서 궁금할 때가 많았다. 어떤 장소에서 언제 찍었는지, 제목은 무엇인지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는 그의 사진들처럼. 김영갑에게는 스님이나 신부님에게 느껴지는 경외감이 느껴진다. 그 사람의 일생에 대한 놀라움도 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는 그 사람처럼 절제된 삶을 살 수 없다는 경허함을 느낄 수 있다. 밥은 안 먹어도 필름을 사고 굶을 때도 안했던 막노동을 사진을 찍기 위해 했던 사람. 그는 사진만을 위해 숨을 쉬었고 사진만을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런 그 삶의 자취는 그가 남긴 30만장의 필름과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으로 남겨져 있다. 제주도에 가면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2년 전에 가본 적이 있었다. 가족여행으로 제주도에 왔다가 부모님에게 말씀 드려 갤러리를 찾았었는데, 고 김영갑 선생님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사진을 구경하게 된 부모님이었지만, 사진에 대해 무척 감동을 받으신 것 같았다. "사진책 하나 살까" 말씀하실 정도로. 혹시 제주도에 가시는 분은 꼭 한번 두오악에 들리시길 추천한다.. 사진에 아무런 설명도, 제목도 달지 않고 사진 그 자체로 감동을 주길 바랬던 고 김영갑 선생님의 뜻처럼, 그 분의 사진은 보신다면 분명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생에 최초로 입장권을 버리지 않고 고이 간직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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